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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가 가진 또 다른 가치의 발굴 조회수 : 540
등록일 2011-07-14 16:50:48 작성자 류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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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가 가진 또 다른 가치의 발굴


KBS TV의 장수 프로그램 중에 'TV쇼 진품명품'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의 문화재를 소재로 재미있게 구성하여 일반 국민으로 하여금 문화재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시키는데 어느 정도 이바지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이 프로그램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갖고 있었다. 첫째는 일본 TV도쿄의 '무엇이든 감정단'이라는 프로그램을 그대로 표절한 것이고, 둘째는 문화재를 감정한 후 가격을 매기는 행위였다. 국민의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 문화재의 가치를 최종적으로 가격으로 판정함으로써 오히려 문화재의 격을 추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방영된 후 우려했던 심각한 후유증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국·공립박물관에 발견신고 또는 기증되는 유물이 급격히 감소한 것이다. 즉, 문화재를 돈으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당시 한국고고학회에서 성명을 내서 'TV쇼 진품명품' 프로그램의 폐지를 강하게 요구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이후로 16년 동안 계속 방영되고 있다.


'TV쇼 진품명품' 프로그램이 문화재의 현물적 가치를 드높일 때, 다른 한쪽에서 문화재의 소중한 가치를 알려 주고 시각을 교정시켜 준 것이 바로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이다. '수다체'라고 표현될 정도로 우리 문화재에 얽힌 수많은 사연과 의미를 편안하고 생동감 있게 들려주면서 문화유산을 보는 수준을 크게 높여주었다. 다만, 아쉬운 점은 글 전개의 대상이 답사를 통해 접할 수 있는 유적 중심이다 보니 앞서 언급한 동산문화재나 매장문화재 등 다른 문화재 부문들을 미처 다 포괄하지 못하였다.


우리 문화재는 크게 유형문화재와 무형문화재, 기념물 및 민속자료 등으로 구분되며, 지정 종류에 따라 국보, 보물,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중요무형문화재, 중요민속자료 등으로 나뉜다. 즉, 유·무형을 막론하고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정신적·물질적인 문화적 유산 전체가 문화재이다. 문화재의 범위와 대상이 이렇게 크기 때문에 문화재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밝히는 일이 말처럼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 또한, 문화재의 가치도 무엇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수많은 가치가 부여될 수 있을 것이며,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연구할수록 더 많은 가치를 인식하기도 한다.


그런데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연구를 통해 가치가 찾아지고 그 의미가 부여되는 순간 그 문화재는 이전과는 다른 더욱 소중한 존재가 되며, 이렇게 알게 된 문화재에 대한 정보는 '국가의 지식 자산'이라는 또 다른 가치로 재탄생된다. 결국, 문화재는 그 자체로서의 가치가 있지만, 이를 연구해서 얻은 결과물 역시 문화재가 가진 또 다른 가치가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화재가 소중한 만큼 문화재를 연구함으로써 얻어진 문화재 정보 역시 소중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소중하고 중요한 문화재 정보를 국가 차원에서 정말 소중하게 다루고 있는지, 적절하게 집적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아직은 의문이 든다. 문화재에 대한 행정적 기록은 잘 관리되는 편이지만, 문화재 자체에 대한 연구 정보의 집적과 관리는 분산적이고 단편적이어서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렇다 보니 문화재 정보를 연계한 적극적인 활용이 이루어지기 어렵게 되는 것이다.


또한, 문화재의 관리 주체와 문화재 정보 생산을 담당한 연구기관 간의 정보 네트워크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으며, 문화재 정보의 1차 생산자인 고고학 연구자 또는 연구기관의 역할과 필요성에 대한 인식 수준도 매우 낮은 상태다.


문화재의 정보를 잘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은 문화재의 가치를 발굴하는 중요한 작업이다. 이런 시각에서 볼 때 국가 문화재를 관리하는 문화재청 역시 중요한 문화재 발굴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고도의 정보화 사회에서 문화재의 발굴이 야외 현장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문화재가 가진 또 다른 가치의 발굴을 위해 문화재 정보의 통합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시급히 마련해 나가야 하겠다.

중도일보 칼럼, 중도프리즘, 2011. 7. 1.
금강문화유산연구원장 류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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