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발굴을 해보고 싶어서 제가 사는 지역 발굴기관에 몇 번 들락거리고 또 발굴현장 설명회에 학생들을 데리고 가서 설명을 듣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작 본격적인 발굴을 해볼수는 없어서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던 차에 문화재청 으뜸학교 운영을 하면서 기대하지 않았던 극적인 기회가 제게 주어졌네요.더군다나 장소도 제가 사는 곳과 많이 떨어져 있어서 그 흥분의 도가 더했습니다. 그래서 직접 차를 몰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새벽에 출발하여 현장으로 가는 길에 개태사를 들렀습니다. 부여가는 길에 덤으로 들릴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5학년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곳입니다.


현장에 도착해서 조별로 활동을 하였습니다. 오전과 오후에 걸쳐 한 치의 빈틈도 없는(?) 빡빡한 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오전의 일정을 통해 그동안 흙의 색으로 어떻게 구분할까, 왜 층위가 중요할까 등등 그동안 얄팍하게 전해들었던 내용들을 체험으로 알 수 있었습니다. 오후에 했던 실측은 많이 힘들었습니다. 수학적인 재능에다 미술감각까지 요구되는 작업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개략적이나마 실측하는 방법을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조별로 담당 연구원이나 조사원을 배치하여 설명을 듣고 질문을 할 수 있어서 좋았구요. 그리고 솟대만들기와 토기복원하기도 아주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그래서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개략이나마 발굴의 전모를 살펴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문화재청장과 연구원장 명의의 '증'은 의외의 수확이었습니다. 집에 가져가서 아이와 처에게 보여주며 자랑을 했습니다. 단순한 '증'의 성격이라기보다 앞으로 더 책임감있게 발굴현장을 들여다 보고 관심을 가져야하겠다는 의무감을 부여받은 것 같았습니다.


돌을 다듬어 역으로 무덤을 만들고 흙을 채워넣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요? 빗살무늬토기를 만들고 주문하는데 손이 많이 갔을 텐데 그런 수고도 마다않은 배려도 고맙게 다가왔습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얻게된 큰 성과는 무엇보다도 발굴과 관련한 의문이 있을 경우에 원장님을 비롯하여 역동적인 연구원, 조사원 분들께 부담없이 물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만족하는 일정이었습니다. 특히, 점심으로 먹은 비빔밥도 특색있었습니다.

 
향후에는 실물을 발굴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약간 아쉬운 부분은 다수의 교사들과 제법 연세가 있으신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인대상 체험장에서 원장님의 다소 권위적인 말투가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활동후 사람들을 모으는 과정에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시간의 제약에 따라서 원활한 진행을 위해서라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굳이 조별로 평가회를 해야할지도 한번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전체적으로 활동시간이 모자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평가회 시간을 좀더 줄이고 활동 시간을 좀더 늘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굴체험 후 다음날까지 은산리별신당, 대조사, 군산지역 근대유산을 둘러보고 왔습니다.
이제 고민이라면 제가 익힌 체험들을 그대로 아이들에게 써먹어야 의미가 있을 텐데, 어떤 방법으로 적용시키고 준비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 앞으로 재교육을 거쳐야만 게속 배운 감각을 살릴 수 있을 텐데, 그럴 기회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그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준비물이나 묘안을 발굴하는 것을 귀 기관과 같은 '발굴'기관이나 문화재청에서 역할을 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새 학교는 미친듯이 바쁜 곳이라서 생각은 있어도 몸이 따라갈 수가 없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원장님을 비롯하여 귀 문화유산연구원 모든 가족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귀 연구원의 차별화되는 부분이 시민들이나 학생, 교사들을 대상으로 가까이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한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발굴의 일반화와 인식 변화에 큰 도움을 줄 것 같네요.


*참, 함께 찍은 사진들도 다운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울산에서 조현호 씀